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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표지 1944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는 실험 참가자 114명에게 짧은 영상을 보여줬다. 삼각형 두 개와 원 하나가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방금 본 영상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참가자 대부분은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다가가고 멀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왜 단순한 도형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읽어낸 것일까.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기술 혁신가 케빈 애슈턴은 신간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에서 인간의 진화에 주목한다. 100만 년에 걸쳐 이야기에 단련된 뇌가 도형에 인격과 감정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가 추적한 이야기의 기원은 현생 인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도 서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은 협동심과 유대감이 강해져 생존에 유리했다. 뛰어난 이야기꾼은 높은 사회적 지위와 더 많은 짝짓기 기회를 얻었다. 네임드 달팽이 이야기를 잘하는 능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인류의 사고방식 자체가 이야기의 형태를 띠게 됐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삶을 하나의 서사로 이해하고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여기는 습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저자는 인류사를 바꾼 여덟 가지 이야기 도구로 모닥불·그림·문자·인쇄술·전기·비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스마트폰을 꼽는다. 모닥불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었다. 운율과 노래는 이야기를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하는 기억 장치였다. 동굴 벽화는 기억에 의존하던 이야기를 눈앞에 남겼다. 문자의 발명은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켰다. 인쇄술은 이야기를 대량으로 복제해 대중에게 퍼뜨렸다. 저자는 구텐베르크의 핵심 업적을 인쇄술 자체보다 대량생산 체계에서 찾는다. 같은 생각을 수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오락실슬롯머신 전기는 전신과 방송을 통해 전달 속도를 높였고, 정보를 0과 1로 표현하는 비트는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SNS와 스마트폰에 이르면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고 전 세계에 퍼뜨리는 주체가 된다. 소수가 소수에게 말하던 세계가 모두가 모두에게 말하는 세계로 바뀐 것이다. 이야기를 향한 본능이 인간을 이롭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끌리는 인간은 편향과 음모론에도 취약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백신을 둘러싼 허위 정보가 건강을 위협한 사례도 등장했다. 알고리즘이 입맛에 맞는 정보만 반복해 보여주는 환경은 편향성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그럴듯한 글과 영상을 쏟아내면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기도 어려워졌다. 해법은 문해력이다. 문장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이야기의 출처와 근거를 따지고 자신의 믿음까지 의심하는 능력이 있으면 음모론과 편향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인류를 살린 이야기의 힘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솔깃한 이야기를 믿기 전에 스스로 묻고 검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충고다. 2만 7800원. 이션이었다.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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