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SH 아츠앤클래식 제공
“한쪽 귀가 들리지 않으니 듣는 방식이 다르고, 그래서 다른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음악인에게 소리가 고유하다는 건 장.이에요. 제게는 숨겨진 축복이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40)은 태어날 때부터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유전에 따른 것으로, 네 살 때 처음 알았다. 30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기자 간담회가 처음이라 떨린다”면서도 이야기 틈틈이 웃음을 터뜨렸다. 녹음 뒷이야기를 풀어놓던 그는 청력 이야기에 이르러 “오케스트라와 리허설할 때 타협하는 부분이 있지만 저만의 요령이 생겼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공백도 생각보다 길었다. 어릴 적 다친 턱에 직업병이 겹치면서 2012년 치료를 시작했고, 그 중 3년 정도는 바이올린을 아예 잡지 못했다. 수술과 재활을 거쳐 본격적으로 무대에 돌아온 건 2019년이다. 한국에 머물며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해양생물학자인 아버지의 통역을 맡는 등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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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처음엔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겠다 싶어 좋았다”며 웃었다. 이어 “첫 수술이 잘되지 않아 치료가 길어지자 초조해졌지만, 그 시간 동안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음악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다”며 “삶에 대한 감사도 더 커졌다”고 돌아봤다.
지난달 25일 나온 ‘사계’는 2024년 데뷔 앨범에 이은 두 번째 앨범이자 첫 협연 음반이다. 비틀스의 녹음실로 유명한 영국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영국 명문 실내악단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비발디 ‘사계’와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녹음했다. 지휘자 없이 그가 독주와 함께 악단을 이끌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SH 아츠앤클래식 제공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영국으로 건너가 해양생물학을 공부하던 아버지를 따라 맨 섬에서 3년 반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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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한 말이 ‘바다’였다고 한다”며 “비발디가 자연의 풍경을 그린다면 피아졸라는 인간 내면의 사계를 그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부산처럼 항구도시여서인지 더 와닿았다”고 했다.
녹음은 사실상 사흘 남짓 만에 끝내야 했다. 그는 “하루 6∼7시간씩 같은 대목을 반복하다 보니 사흘째 고비가 왔다”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소리 대신 살아 있는 연주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비발디 ‘봄’ 2악장에서 개 짖는 소리를 맡은 비올라 수석이 “거친 개가 좋은지, 순한 개가 좋은지” 물어 온 일화도 소개하며 “케미가 좋았다”고 소개했다.
2011년 이후 15년 만에 내한하는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오는 24일 통영국제음악당을 시작으로 25일 아트센터인천,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과 함께 비발디 ‘사계’를 연주한다.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 브리튼 ‘심플 심포니’ 등도 들려준다. 한수진은 “공연에 오셔서 사계의 기쁨을 함께 느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소리 대신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