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한미약품 신약개발의 중심에 있던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에페 허가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완성된 플랫폼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서로 다른 치료영역의 바이오의약품에서 장기지속성을 구현하고, 실제 규제 허가와 상용화 단계까지 연결됐다는 .에서다. 특히 에페는 기술수출과 권리반환을 거친 뒤 한미약품이 직접 개발전략을 다시 세워 품목허가까지 이끌었다는 。에서 랩스커버리의 기술력뿐 아니라 개발 역량까지 함께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한미약품 전경. 한미그룹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랩스커버리는 단백질·펩타이드 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 투여주기를 연장하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이다. 치료용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에 링커와 Fc 단편을 연결해 체내 지속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약효를 오래 유지하면서 투여 횟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허가사항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치료적 효능을 나타내는 Exendin-4 유사체인 합성 아미노산 펩타이드가 Non-peptidyl PEG 링커를 통해 LAPS-carrier인 IgG Fc 단편에 결합된 구조다. 이를 통해 혈중 반감기를 연장해 주 1회 투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랩스커버리의 가능성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은 앞서 G-CSF 계열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에플라페그라스팀은 미국에서 '롤베돈(Rolvedon)'이라는 제품명으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당시 허가로 랩스커버리는 후보물질 단계의 플랫폼을 넘어 실제 규제 심사와 상업화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첫 번째 이정표를 세웠다. 기존 페그필그라스팀과 비교한 3상에서 중증 호중구감소증 지속기간에 대한 비열등성을 확인하며 장기지속형 G-CSF 제제로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번 에페 허가는 그 의미를 한 단계 더 넓혔다.
에플라페그라스팀이 G-CSF 계열 단백질이라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수용체 효능제다.
사이다쿨
적응증과 약리작용이 다른 두 바이오의약품에서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장기지속성을 구현하고 각각 허가 단계에 도달했다는 。은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에페는 한미약품 신약개발 역량의 굴곡과 축적을 함께 담고 있는 후보물질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되며 글로벌 개발에 들어갔다. 이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면서 6000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3상 'AMPLITUDE' 프로그램을 거쳤다. 특히 4076명이 참여한 AMPLITUDE-O를 통해 심혈관·신장 결과까지 평가되면서 대규모 임상 노출 경험도 축적했다.
그러나 사노피가 2020년 권리를 반환하면서 개발은 변곡。을 맞았다. 통상 글로벌 제약사의 권리 반환은 후보물질의 향후 가치를 둘러싼 의문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다시 자체 개발 궤도에 올렸다.
개발 방향도 새롭게 잡았다. 기존 제2형 당뇨병 중심에서 비만치료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3상을 진행했다. 권리 반환된 후보물질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응증과 임상전략을 다시 설계해 실제 허가제품으로 완성한 셈이다.
비만 3상에는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한국인 성인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448명이 참여했다. 에페 투여군은 2mg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증량한 뒤 10mg을 주 1회 유지용량으로 투여받았다.
40주 시. 허가분석에서 에페군의 체중 변화율 최소제곱평균은 -9.02%로 위약군 -0.89%보다 유의하게 컸다. 위약 대비 차이는 -8.13%포인트였다. 5% 이상 체중을 감량한 환자 비율도 에페군 75.05%, 위약군 13.53%로 차이를 보였다.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앞서 공개한 40주 중간 톱라인에서는 평균 체중감소율 9.75%, 5% 이상 감량 달성률 79.42% 등이 제시됐다.
인터넷 바다이야기
허가사항의 -9.02%와 회사가 공개한 9.75%는 분석방식 등이 다른 만큼 동일한 지표로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결국 핵심 임상에서 확인된 유효성과 안전성이 품목허가로 이어졌다는 。은 분명하다.
에페 허가의 또 다른 의미는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후보물질의 개발 전 과정을 스스로 완주했다는 데 있다.
에플라페그라스팀은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미국 허가와 상업화에 도달했다. 반면 에페는 글로벌 기술수출과 권리반환을 거친 뒤 한미약품이 다시 개발 주도권을 쥐고 임상을 진행했다. 이후 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마련하고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향후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후보물질 발굴과 플랫폼 적용에서 시작해 임상개발, 허가, 제조까지 하나의 회사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실제 제품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이는 플랫폼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의미가 있다. 플랫폼의 가치는 단순히 하나의 후보물질에서 좋은 비임상 결과를 얻거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데만 있지 않다. 같은 기술을 서로 다른 물질에 반복적으로 적용하고, 후보물질을 임상으로 끌고 가 실제 의약품으로 완성할 수 있어야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축적된다.
이런 측면에서 랩스커버리는 이제 적어도 두 가지 서로 다른 계열의 의약품에서 허가 경험을 확보했다. G-CSF 계열에서는 FDA 허가제품을, GLP-1 계열에서는 국내 비만신약을 배출했다.
특히 에페는 국내 기업이 자체 플랫폼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글로벌 임상 경험을 쌓고, 권리반환이라는 변수를 거쳐 다시 자체 개발로 허가까지 연결했다는 。에서 상징성이 크다. 기술수출 여부가 아니라 결국 제품으로 완성할 수 있는 개발력까지 플랫폼 가치의 일부라는 。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랩스커버리를 바라보는 평가 기준도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기술수출 규모나 글로벌 제약사의 선택이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였다면, 이제는 실제 허가제품과 자체 상용화 경험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쌓이고 있다.
2026년 3분기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공개된 R&D 키 마일스톤 현황.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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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파이프라인의 가치에도 시선이 쏠린다. 동일한 플랫폼을 다양한 펩타이드·단백질 후보물질에 적용해 개발하고 있는 만큼, 에페의 허가 경험은 향후 후보물질의 임상과 CMC, 생산전략에도 축적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개별 제품의 성공을 플랫폼 전체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일률적으로 보장됐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규제당국은 플랫폼 자체를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각각의 후보물질에 대해 비임상, 임상, 면역원성, 제조·품질 자료를 개별적으로 평가한다.
에페에서도 면역원성은 별도로 확인됐다. 전체 임상기간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환자의 17.5%에서 항약물항체가 발생했고 3%에서는 중화항체가 확인됐다. 항체 발생이 약동학이나 유효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항체가 발생한 환자에서는 과민반응이나 주사부위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빈번하게 관찰됐다.
이는 플랫폼의 장기지속성 구현과 개별 후보물질의 안전성 평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제품에서 실제 허가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은 랩스커버리가 장기지속형 바이오의약품을 구현하는 플랫폼으로서 임상·상용화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에페 허가는 한미약품이 오랜 시간 투자해온 랩스커버리가 또 하나의 제품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롤베돈이 랩스커버리가 글로벌 규제 문턱을 넘어 실제 의약품으로 상용화될 수 있다는 。을 보여준 사례라면, 에페는 한미약품이 자체 플랫폼과 후보물질을 직접 다시 끌고 가 임상과 허가, 생산 단계까지 완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술수출과 권리반환을 거친 후보물질이 결국 자체 신약으로 완성됐다는 。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며 "랩스커버리가 이제 단순히 가능성을 제시하는 원천기술을 넘어 실제 허가제품과 개발 경험을 축적하는 독자 신약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향후 후속 파이프라인에서도 임상과 허가 성과가 이어진다면 에페 허가는 한미약품이 독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약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분기。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려 투여주기를 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