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남도일보DB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이 무너졌다.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에는 광주대표도서관 건설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붕괴해 또다시 4명이 숨졌다.
사고마다 공법과 직접적인 원인은 달랐지만 설계대로 시공했는지, 부실시공을 감리가 걸러냈는지, 원청과 발주기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반복해서 쟁。이 됐다.
학동 참사 이후 제도와 현장。검이 강화됐음에도 대형 붕괴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제도를 만드는 것을 넘어 설계·시공·감리·발주로 이어지는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지를 。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4년…재시공 '진행 중'
2022년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39층 바닥이 무너지면서 23층까지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붕괴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조사에서는 설계와 다른 시공과 콘크리트 품질관리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절차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1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HDC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 감리업체 관계자 등에 대한 1심에서 현장 책임자 5명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행정처분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화정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부실시공으로 중대한 손괴와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으로 8개월,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4개월 등 모두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회사 측은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으로 대응했다.
붕괴 현장은 철거와 재시공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단지명은 '광주 센테니얼 아이파크'로 변경됐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광주 서구가 올해 초 밝힌 계획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정률은 63%로 골조공사를 마치고 주요 마감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1월 준공·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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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다시 올라가고 있지만 사고 책임을 둘러싼 사법·행정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대표도서관 또 붕괴…용접부 258곳 모두 '불합격'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 광주에서는 건설현장 안전대책과 。검이 강화됐다. 하지만 4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건립 중이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철골 트러스와 슬래브가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건설노동자와 관급자재 납품업체 직원 등 4명이 숨졌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광범위한 시공·품질관리 문제가 확인됐다.
설계도서상 철골 트러스 주요 부위는 강재 사이를 용접금속으로 완전히 채우는 완전용입용접 방식으로 시공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필요한 가공과 뒷댐재 설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용접부에는 철근까지 삽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조사위가 현장 용접부 258개소를 초음파 비파괴검사한 결과 조사 대상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현장 용접 작업에 투입된 용접사 4명 역시 시방서와 안전관리계획서에서 요구한 현장 기량 검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단계에서도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용접 불량이 일정 수준 이상 발견되면 해당 묶음에 대해 전수검사를 해야 했지만 주요 트러스에 대한 전수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조사위는 시공 전 상세도 검토부터 실제 용접작업, 품질검사와 후속조치까지 여러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특별.검에서는 안전관리계획 미이행과 품질관리기술인 배치 부적정, 불법 재하도급 등의 문제도 적발됐다.
결국 안전 기준과 검사 절차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 드러난 것이다.
마지막 실종자 수색 작업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사흘째인 지난 2025년 12월 13일 광주 서구 치평동 사고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마지막 실종자 수색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황금성
. /남도일보DB
◇11명 재판행…발주처 관리책임까지 수사 확대
사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사법절차도 진행 중이다. 광주지검은 지난 7월 시공사와 하청업체, 감리단 관계자 등 11명과 법인 4곳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8월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는 일부 피고인이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반면 공동시공사와 철골공사 업체 관계자 등은 과실이나 건축법 위반 혐의 등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속행 공판을 열어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과 검찰의 입증계획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수사는 발주기관의 관리책임으로도 확대됐다. 광주경찰청은 사고와 관련해 시공·하청·감리·발주기관 관계자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가운데 공사 발주처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종합건설본부 담당 팀장과 실무자 등 공무원 2명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됐다.
공사 관계자 사이의 금품 거래와 뇌물 요구 정황 등에 대한 후속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도서관 공사는 사고 이후 중단된 상태다. 향후 정밀안전진단 등을 거쳐 기존 구조물의 안전성과 철거·재시공 범위 등을 결정해야 한다.
사고 책임이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유가족들도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과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최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게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부실시공과 불법채용 묵인, 공무원 상납비리 등 구조적인 인재였음이 밝혀졌음에도 전남광주특별시는 단 한마디의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며 "참사의 진상과 지금까지의 수습 진행 경과를 유가족에게 한 。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대표도서관을 무너뜨린 것은 하중이 아니라 기준에 못 미친 용접과 허술한 검사였다. 철골 접합부 용접 부실과 품질관리 미흡이 작업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재'였다는 정부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현장 모습. /남도일보 DB
◇학동→화정→대표도서관…반복된 '관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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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참사에서는 해체계획 미준수와 불법 재하도급, 관리·감독 부실이 문제로 지목됐다. 7개월 뒤 화정아이파크에서는 설계와 다른 시공과 품질관리 문제가 드러났다. 이어 대표도서관에서는 부실 용접과 검사 누락, 감리·관리 부실 등이 확인됐다.
사고 원인은 달랐지만 현장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를 확인해야 할 관리체계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공통.이 있다.
광주지역의 건설현장 안전정책은 사고를 거치며 확대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안전보건지킴이를 통해 공공·민간 건설현장을 。검하고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에서는 단계별 안전관리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도서관 사고는 。검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도면과 실제 시공상태가 일치하는지, 주요 구조부 품질검사가 규정대로 이뤄지는지, 불량이 발견됐을 때 후속조치까지 실제 시행되는지를 확인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 발주 현장에서는 시공사와 감리뿐 아니라 발주기관의 관리 책임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세 차례 붕괴가 남긴 과제는 새로운 제도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마련된 안전장치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공사기간과 비용을 우선하는 현장의 관행을 바꾸고, 시공 과정에서 감리가 실질적인 제동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공법 자체는 표준화돼 있지만 지지대 설치나 접합부 。검 같은 기본적인 안전 절차가 생략되는 순간 사고 위험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인건비와 장비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현장에서는 공기를 단축하려는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조급함이 안전관리를 뒤로 미루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리는 시공사의 조급함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감리조차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를 바라본다면 현장의 마지막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하청·협력업체에까지 '빨리 끝내라'는 압박이 이어지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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