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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본 건 개봉 초기, 즉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기 전이다. 2시간여 후 엔딩 크레디트가 흐를 때, 옆자리의 아내를 보며 말했다. “와~ 재미있네.” 감탄조의 감상평에 대한 반응은 “기자니까 더 재미있었겠네”였다. 맞다. 내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미스터리’ 추적기보다, 유신 정권의 언론 통제에 맞선 기자들의 분투가 더 크게 다가왔다. ‘기레기’ 용어가 일상화한 오늘날, ‘난 뭐하고 있나’라는 부끄러움과 함께. 유독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 영화 속 동성일보 사회부장 김재환(박해일 분)이 편집국장 송만호(배성우 분)에게 기사를 건네며 “오늘은 못 물러”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짧게 지나갔는데도 뇌리에 박혔다. ‘편집권 독립’이란 외부 권력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언론사 내부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라는 걸 보여줬기에 그랬던 것 같다. 이렇듯 영화든 문학이든, 텍스트의 의미란 수용자의 경험·상황·가치관 등과 맞물려 발현되는 법이다. 다양한 해석은 불가피하다. ‘100% 정답’도, ‘100% 오답’도 해석의 영역에선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누군가가 ‘육영수 암살 배후를 박정희로 몰아간 영화’로 느낀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다. 물론 동의할 순 없다 백경게임 . ‘박정희 개인’을 그렇게 묘사한 구석은 영화에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영화의 역사 왜곡이 아니라 극우의 영화 왜곡이 논란의 본질”(후배 A)이라는, 또 “(영화에 대한 질타는) 존재하지도 않는 주장을 가정한 후 공격하는 것”(영화평론가 이동진)이라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들에겐 ‘역사 왜곡’으로 비친다는데 어쩌겠나. 대중에겐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석은 어차피 공론장에서 토론을 거쳐 도출될 것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의사당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도중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최휘영 문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영화에 대한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의 '역사 왜곡'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최 의원이 "5대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뉴스1 그러나 맘에 안 드는 영화의 제작진·배우를 공격하는 ‘위력 시위’나, 보수 정치권의 진영 대결 부추기기는 다른 문제다. 여기엔 타인의 인권·인격권을 위협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폭력성이 내재돼 있다. 다빈치 릴게임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영화 출연 배우를 겨냥해 “(얼굴이) 북한상”(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댓글을 달고, ‘노무현 폄훼’를 담아 “우리도 ‘부엉이바위의 진실’ 영화 만듭시다”(김태규 국민의힘 의원)라는 발언을 내뱉는 행태는 꼴불견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우선 5월 ‘탱크데이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겠다. ‘5·18 존중’이 못마땅했던 그들로선 ‘암살자(들)’ 논란을 반격의 기회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탱크데이 파문 당시 대중의 분노는 역사적 비극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그 피해자들을 조롱한 데에서 비롯됐다. ‘암살자(들)’이 비극의 역사를 다룬 방식과는 달랐다. 다만 근본적 원인은 따로 있다고 본다. ‘개인 박정희’를 숭상한 나머지, ‘박정희 정권’과도 동일시해 버린 오류에 기인한 건 아닐까. 이런 인식틀에선 ‘유신 정권 비판’도 ‘박정희 비판’으로 과잉 해석되고,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 된다. ‘암살자(들)’은 그들에게 신성모독이었다. 이 영화에 발끈하는 세력이 박정희 정권 시절 자행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수많은 인권 탄압엔 침묵을 지킨다는 .도 이를 방증한다. ‘역사 왜곡’을 주장하려면 ‘사건 왜곡·조작’도 응시해야 온당하다는 얘기다. 김정우 이슈365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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